"불안해서 못 멈추겠어요" 번아웃 3040에게: 임신과 재앙, 아이들의 눈빛으로 채움과 비움을 배운 20년의 시간
"불안해서 못 멈추겠어요" 번아웃 3040에게: 임신과 재앙, 아이들의 눈빛으로 채움과 비움을 배운 20년의 시간
비움과 채움 | 마음챙김 에세이
습도계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온몸의 관절이 쑤셔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길고 어두웠던 '멈춤의 시간'을 떠올립니다.
벌써 20년 전 일입니다. 지금 뒤처질까 봐 불안한가요? 혹은 예기치 못한 번아웃과 불행으로 삶이 통째로 멈춰버린 것 같아 절망하고 있나요? 20년 가까이 육체의 아픔을 통과하며 비로소 '마음을 채우는 법'을 배운 50대 선배가, 조금은 아프지만 결국은 빛을 찾아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1. 축복과 절망이 동시에 찾아온 날 —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 그리고 임신
제게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낯선 그림자가 찾아온 건 2007년이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진단서를 받아 든 바로 그해, 거짓말처럼 둘째 아이의 임신 소식을 함께 알게 되었죠.
"임신을 유지해야 할까, 아니면 아이를 포기하고 당장 내 치료부터 해야 할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 저는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습니다. 당시 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는 대기만 1~2년,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다행히 '임산부 응급진료 환자'로 분류되어 한 달 만에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고, 임신 중 분비되는 호르몬 덕분에 통증이 완화된다는 진단도 받았습니다. 그렇게 약 없이 버티며 아이를 무사히 출산했고, 출산과 동시에 본격적인 약물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제 투병 생활은 그렇게 한 아이의 성장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2.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부른 재앙 — 삶이 '정지'된 3년
그 후 몇 년은 약으로 증상을 누르며 제법 평탄하게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삶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을 걸어옵니다.
제 힘으로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잠잠하던 염증 수치가 폭발하듯 치솟았습니다. 전신 관절 활막에 염증이 번지며 제 삶은 그대로 '정지'되었습니다.
약물로도 잡히지 않는 고통 : 병원 처방약도, 추가 진통제도 듣지 않았습니다.
마약성 진통 패치까지 : 결국 병원에서 마약성 패치를 처방받아 몸에 붙여야 했습니다. 밤마다 통증에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날들이 반복됐습니다.
몸이 무너지니 마음도 무너졌습니다. 그렇게 3년, 깊은 우울증에 빠져 삶을 놓아버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것이 멈춰버린, 인생에서 가장 짙은 암흑기였습니다.
통제할수 없는 스트레스
👁️3. 죽어가던 엄마를 살린 건 아이들의 눈빛이었다 — '비움'이 시작된 순간
그 지옥 같은 터널에서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다름 아닌 제 두 아이였습니다.
통증에 눈이 멀어 정작 가장 가까운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매일 죽어가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들의 마음도 함께 죽어가고 있다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세상까지 어둠으로 물들일 수는 없다.'
그날 이후 피눈물 나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낮에는 절대 침대에 눕지 않기로 했습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기 전에는 안방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와 아이들 곁에서 일상을 지키려 몸부림쳤습니다.
내가 쥐고 있던 고통에 대한 집착을 비워내자, 역설적으로 아이들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철학자 니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그 처절했던 3년의 멈춤은 저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기 위한 거대한 '비움'의 과정이었습니다.
🌿4. 4주에 한 번, 나를 단단하게 채우는 시간 — 지금의 나
지금의 저는 어떨까요? 여전히 4주에 한 번씩 대학병원 외래 주사실에 앉아 정맥주사(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받습니다. 1시간 남짓 주사액이 몸으로 들어오는 동안, 저는 제가 지나온 그 아픈 시간을 가만히 복기합니다.
지금도 걷거나 많이 움직이는 활동엔 제약이 많고, 삶이 온전히 자유롭진 않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가족들의 따뜻한 지지 덕분에 매일을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컴퓨터 앞에 앉아 50대의 새로운 도전, '블로그 글쓰기'까지 해내고 있죠.
생물학적제제 치료
🛑5. 번아웃과 불안으로 멈추지 못하는 3040 후배들에게 — 비움이 주는 위로
요즘 3040 후배들을 보면 참 치열하게 삽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뒤처질까 봐 불안해서 번아웃이 와도 한 걸음도 멈추지 못하더군요.
20년간 류마티스라는 통증을 겪으며 살아온 선배로서 감히 말해주고 싶습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강제로 멈추는 순간이 와도, 인생은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멈춤의 시간은 인생의 불필요한 무거운 관계와 집착을 비워내고, 단단한 내면을 채울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지금 마음이 너무 무겁고 힘든가요? 그렇다면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먼저 바라보세요. 마음을 비우고 일어설 준비가 되었다면, 당신은 반드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50대 선배가, 오늘 밤 당신의 지친 마음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비움이 주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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