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3년 통증으로 앓던 나를 깨운 아이들의 말과 전하지 못한 위로
"엄마,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3년 통증으로 앓던 나를 깨운 아이들의 말과 전하지 못한 위로
3년이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시간이. 통증이 하루도 빠짐없이 온몸을 관통하던 그 시절, 저는 '엄마'이기 이전에 '환자'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큰아이의 한마디가 저를 무너뜨렸습니다.
"엄마,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처음으로 제대로 아이의 눈을 마주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제가 아픈 3년 동안, 정작 더 아팠던 건 아이들이었다는 것을요.
통증 속에 잊혀진 이름, '엄마'
극심한 통증 앞에서 사람은 이기적으로 변합니다. 눈앞이 캄캄하고 숨쉬기조차 버거운 날들이 이어지면, 세상에는 오직 '나의 고통'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아이들이 밥을 먹었는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표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들여다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아이들에게 남긴 상처까지 지워주지는 못합니다. 워킹맘도, 육아맘도 아닌 '환자맘'으로 살아야 했던 그 시간, 저는 완벽한 엄마는커녕 '곁에 있는 엄마'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엄마,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그날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통증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저에게 큰아이가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넸습니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그 말의 무게는 저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엄마,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그 순간 저는 처음으로 통증을 잊었습니다. 대신 밀려온 건 형용할 수 없는 충격과 죄책감이었습니다. '내가 아픈 동안 아이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많은 신호를 보냈는데 내가 놓친 걸까.' 온갖 생각이 물밀듯 밀려왔지만, 정작 아이 앞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향한 곳
부끄럽지만 고백합니다. 저는 그 순간 아이를 안아주지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지도 못했습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자리를 피하듯 교회로 향했습니다. 무릎을 꿇고 눈물만 쏟아냈습니다. '내가 엄마 자격이 있나. 이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했을까.'
돌아오는 길 내내,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저는 같은 질문을 되뇌었습니다. 그때 나는 어떤 위로의 말을 했어야 했을까.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향한 곳
그때 해줬어야 할 위로의 말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조금씩 답을 찾아갔습니다. 정답은 거창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네가 그런 마음이었는지 엄마가 몰랐어. 말해줘서 고마워." "네 잘못이 아니야. 엄마가 아파서 너를 충분히 봐주지 못했어, 미안해." "살아줘서, 지금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아이가 필요했던 건 문제 해결이 아니라 '들려짐'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판단하거나 다그치지 않고, 그저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그것이 그 순간 가장 필요했던 위로였습니다.
이후 저는 아이와 마주 앉아 진심으로 사과했고,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도, 저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향해 다가가려는 그 시도 자체가 치유의 시작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눈빛이 알려준 것
그날 이후 저는 아이들의 눈빛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말보다 먼저 눈빛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조금씩 벗어났습니다. 대신 '지금, 여기서 아이와 눈을 맞추는 엄마'가 되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육아와 병마 사이에서, 혹은 일과 죄책감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 역시 그 시간을 지나며 배웠습니다. 완벽함이 아니라 '연결'이 아이를 살립니다. 오늘 잠깐이라도 아이의 눈을 바라봐 주세요. 그 안에 어떤 말이 담겨 있는지, 우리는 늘 뒤늦게야 알아차리곤 하니까요.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입니다. 만약 자녀나 가족이 삶의 의미에 대해 힘들어하는 신호를 보인다면, 그 마음을 가볍게 넘기지 마시고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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